이 글은 1996년 말부터 불교 잡지 **<금강>**에 기고했던 연재물입니다. 북한 현실의 시대성과 진실성, 현실성을 위해 원고 교정을 거쳤습니다. 40년 전 제가 직접 목격했던 북한 사찰의 풍경을 통해, 잊힌 북한의 민낯을 다시 기록합니다.
제2회 : 영변 약산동대, 금기 구역 속의 퇴색된 사찰
관서팔경의 절경, 그러나 가기 힘든 그곳 약산동대는 관서팔경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풍치가 아름다운 곳으로서 전통 민요에도 나오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곳에는 북한의 유일한 원자력 연구단지인 '녕변 원자력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어 철저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조건도 좋지 않은 데다 철도에서 떨어져 있어 주변에 사는 사람들만이 명절이나 소풍을 오갈 뿐입니다. 또한 이곳은 김일성이 현지 시찰을 한 적이 없어 국가에서 잘 꾸려놓지 않았다는 것도 소외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김일성의 치적 중심인 문화재 관리 북한에서 사찰 관리가 가장 잘되고 있는 곳은 김일성이 자주 다녀가고, 외국에서 받은 선물을 보관하는 '선물관'이 있는 묘향산입니다. 북한은 모든 역사 유물 관리에서도 김일성의 치적을 기리고 사상 교양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이 한 번 왔다 간 곳은 '성역'이 되지만, 그 외의 곳은 일반 역사 유물로서의 관리밖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약산동대 절간에서 마주한 기괴한 풍경 우리가 찾은 약산동대는 송림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드는 참으로 경치가 빼어난 곳이었습니다. 산 밑에는 자그마한 절이 한 채 있었는데, 그곳도 국가에서 관리하는 여성 관리원만 있을 뿐 스님은 없었습니다. 절 입구에는 고향 함흥에서 보았던 대로 ‘국가 문화재 00호’라는 입간판과 간단한 내력만이 적혀 있었습니다.
절 내부는 어둡고 침침했습니다. 가운데에는 약간 손상된 60cm 가량의 자그마한 불상이 모셔져 있고, 단청들은 색깔이 낡아 고풍스러웠습니다. 당시 태천발전소 3대혁명소조원이었던 우리에게 관리원은 절의 역사 대신, 과거 중들이 이곳에 기거하며 불공을 드리러 온 어머니들을 '강간'했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들려주었습니다. 한적한 마당 한구석에는 높다랗게 매여진 그네만이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북한의 스님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한국의 절에서는 목탁 소리와 스님의 설법이 울려 퍼지지만, 북녘의 절들에서는 그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은 불교를 미신이라 치부하며 탄압했습니다. 1950년대 말까지는 사찰을 관리하는 스님들이 일부 남아 있었으나, 그들의 자식들은 학교에서 '땡중 아들'이라 놀림받기 일쑤였습니다. 이후 복고주의 반대와 사회주의 문화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그나마 남아있던 스님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학교 교과서 속 승려의 모습은 신도를 속이는 교활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지금의 40대(작성 당시 기준)까지도 부처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관세음보살'이나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단어뿐일 정도로 불교 상식을 접할 기회가 원천 봉쇄되어 있습니다.
종교가 없는 땅, 황폐해진 심성 북한 주민들에게 강요되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에는 '신조화', '신격화' 등 神(신)이라는 글자가 등장합니다. 김일성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아들은 다시 주민들에게 유일신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동토의 북녘땅 사찰에 다시 스님들의 설법 소리가 울려 퍼져야 합니다. 하지만 반종교 교육에 길들여진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았을 때, 과연 종교가 그들의 황폐해진 심성을 달래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현재 남한에 와 있는 탈북자들이 종교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들 마음속 깊이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는 오직 그들만이 알 것입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던 때는 1990년대 말로 탈북자들이 본격적으로 남한에 오기 시작한때였다. 그때로부터 많은 탈북자들을 만났고 영변 원자력연구소 내부에서 일하다 나온 탈북자도 만났다. 그에 의하면 연구소 내부에서는 거의 외출이 불가능한데 내부에서 먹고 살고 일한다. 그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기형적 장애인을 낳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방사능에 노출되어 백혈병이나 탈모 등으로 앓다가 사망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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