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이란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절대권력의 출구 없는 딜레마 — 이란·베네수엘라·쿠바가 북한에 보내는 경고

들어가며

2026년 4월 22일, 김정은이 미사일에 집속탄을 넣어 시험발사하는 장면을 북한 관영매체가 요란하게 공개했다. 군사적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영상에서 다른 것을 읽었다.

공포. 그리고 그 공포를 감추려는 과시.

이란에서는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굴복의 길을 걷고 있다. 쿠바는 후원자를 잃고 서서히 소진되고 있다. 김정은은 이 세 장면을 동시에 보고 있다.

그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1. 이란 혁명수비대의 출구 없는 딜레마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처한 상황은 구조적으로 출구가 없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제재가 풀리고 경제가 회복되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란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폭발시키는 씨앗이 된다. 수십 년간 자행한 폭력과 억압에 대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버티면 경제는 질식하고 민심은 완전히 이반된다. 도발과 확전은 군사적 파국을 부른다.

어느 방향을 선택해도 장기 생존이 어렵다. 이것은 종교·정치·군사·경제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킨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확인된 사실들은 이를 뒷받침한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아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직을 승계했으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IRGC 장군들이 만든 결정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파키스탄의 중재자는 이렇게 전했다. "이란은 의사결정 지휘 체계가 없어 응답에 2~3일씩 걸린다." 트럼프가 말한 "이란에는 협상 상대가 없다"는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2. 하메네이는 왜 권력을 빼앗겼는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절대권력자였던 하메네이는 왜 IRGC에 권력을 내주었는가.

이것은 단순히 이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기에 하메네이는 IRGC를 도구로 활용했다. 종교적 권위로 통제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IRGC는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정치와 군사를 모두 손에 쥐었다. 하메네이는 묵인했다. 그리고 고령이 되면서 실질 권력은 서서히 이전됐다.

절대권력자는 오래되고 고령이 되면 숭배받으면서 조종당하는 것을 모르게 된다. 가장 믿는 자가 "이사장은 내 손안에 있다"고 중얼거리는 구조. 이것은 보편적인 권력의 패턴이다.

북한에서도 이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일이 있었다. 김정일은 1970년대부터 3대혁명소조라는 비선조직을 통해 노동당을 장악했고, 1979년경부터 김일성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필터링했다. 절대권력자가 정보를 빼앗기는 순간, 실질 권력도 함께 빼앗긴다.


3. 구심점을 잃은 조직의 말로

솔레이마니가 2020년 미군에 의해 제거된 이후 IRGC는 단일 구심점을 잃었다. 살라미 사령관은 2025년 6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고, 후임 파크푸르도 2026년 2월 합동공습으로 사망했다.

지도부가 연속으로 제거되자 IRGC는 집단지도 체제, 사실상 군벌 구조(軍閥, Warlord)로 변했다. 결정이 느려지고, 일관성이 사라지며, 협상 능력이 마비됐다.

이것이 핵심이다. 권력이 너무 커서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었을 때, 그 조직은 개혁도 협상도 하지 못하고 서서히 소진된다.


4. 절대권력 붕괴의 역사적 패턴

역사는 이런 패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스페인은 프랑코 사후 즉각적인 청산 대신 '망각의 협약'을 선택하고 안정을 먼저 찾았다. 남미의 군부독재 국가들은 붕괴 후 10~20년이 지나서야 진실화해위원회가 열렸다. 한국도 군사독재 종식 후 한참 지나 전두환·노태우 재판이 이루어졌다.

"지은 죄가 크다"는 것이 곧 즉각적인 심판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은 붕괴 직후 안정과 생존을 먼저 원한다. 과거청산은 그 다음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사례는 반대편 경고를 준다. 사담 후세인 제거 이후 대안 세력이 없었던 이라크는 정당 300개 이상이 난립하는 극도의 혼란을 겪었고, 그 공백은 결국 ISIS가 채웠다. 외부 압박만으로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5. 김정은은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 (추론)


이제 본론이다. 이 모든 장면을 동시에 보고 있는 김정은은 무엇을 느끼는가.

이것은 추론이다. 그러나 그의 최근 행동들이 단서를 제공한다.

공포. 이란·쿠바 다음은 자신일 수 있다는 두려움. 화살이 자신에게 향할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과시. 집속탄 발사 영상의 공개는 단순한 군사훈련이 아니다. "나는 IRGC와 다르다, 나는 강하다, 나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외침이다. 그러나 그 외침이 크면 클수록, 내면의 불안도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출구 탐색. 최근 김정은의 군부대·권력기관 연속 방문은 충성심 확인과 버티기 기반 다지기다. 출구는 보이지 않지만, 출구를 만들고 싶은 심리가 그 행동에 담겨 있다.

자기확신과 의심 사이. "핵이 있다, 중국이 있다"는 믿음. 그러나 동시에 "그런데 중국은? 러시아는?" 이라는 의심. 이란도 나름의 카드가 있었다.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김정은은 보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김정은의 결정적 공통점은 하나다.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 개혁하면 스스로 무너지고, 버티면 서서히 소진된다. 이것이 출구를 구조적으로 막는다.

차이도 있다. 김정은은 단일 권력자이고, 핵을 보유하며,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다. 버티는 능력은 IRGC보다 강하다. 그러나 그것이 출구가 될 수는 없다. 핵을 실제로 쓸 수 있는가. 중국이 끝까지 지켜줄 것인가. 이 두 질문에 김정은 자신도 확신이 없을 것이다.


6. 이란 사태 이후 김정은의 행동 방향 (추론)

이란의 붕괴가 현실화될수록 김정은의 행동은 다음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핵·미사일 능력의 강화와 과시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이란의 실패는 그에게 "핵만이 살 길"이라는 확신을 강화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극히 불안한 수단이기도 하다.

내부 통제와 정보 차단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란 사태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차단하고, 내부 저항의 싹을 사전에 제거하려 할 것이다.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은 심화될 것이다. 유일한 후원자에 더욱 의존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협상 제스처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양보 없이 시간을 버는 전술적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 이란이 협상을 질질 끌다 수세에 몰린 것을 그는 보았다.


7.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란 사태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외부 압박만으로는 붕괴 이후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압박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붕괴 이후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 김정은 시대를 이끌 통치 세력과 구조에 대한 준비 없이 체제가 무너진다면, 이라크식 혼란이 한반도에서 반복될 수 있다.

북한 주민과의 소통 채널 확보도 필요하다. 김정은 체제와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시각, 정보 유입 기술과 채널의 확대, 북한 내부 주민 간 정보 공유 환경 조성. 이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압박이다.

그리고 하나의 경고를 덧붙인다.

김정은 체제 붕괴 이후, 북한의 지배계층이 친중 정권으로의 체제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분단의 영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친중화된 북한은 남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방향과 범위가 어떻게 될지는 열린 질문이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이것이 단순한 기우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위험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나오며

절대권력은 체제 구조와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을 때에만 유지된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그 변화를 스스로 만들지 못했고, 외부에서 강제된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 장면을 보고 있다. 공포와 자기확신 사이에서 발악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발악이 아니라, 그 이후다. 한반도의 평화적 변화와 발전을 위한 준비는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수명이 예측보다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북한 전문가의 분석과 추론을 담은 칼럼입니다. 확인된 사실과 추론을 구분하여 제시했으며, 독자 여러분의 비판적 검토를 환영합니다.


--- [필자 소개]
 글쓴이: 김승철 (닉네임: NKMAN) 
 현) 북한 정체 및 민주화 전략가 
 전) 북한개혁방송(North Korea Reform Radio) 대표 (2008~2025) 
전) 북한연구소(Institute of North Korea Studies) 연구원 (1997~2007) 
 문의 및 제안: nkma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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